왜 걷기 게임을 만들었나 — CanGoGo 개발 이야기
운동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에게 결국 남는 방법은 걷기입니다. 그런데 만보기 앱을 깔아도 사흘을 못 갑니다. 매일 보이는 건 숫자뿐인데, 그 숫자는 늘 채찍질만 하니까요.
“어제보다 적네”, “목표까지 4,000보나 남았네” 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걷기는 점점 하기 싫어지는 일이 됩니다. 혼자서 앱을 만들고 있는 인디 개발자로서,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.
그래서 질문 하나를 바꿔봤습니다. “오늘은 몇 걸음 걸었나?” → “오늘은 어떤 동물이 나올까?”
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CanGoGo(캔고고)입니다. 걷기 게임입니다. 정확히는, 걸을 때마다 손으로 직접 그린 동물 배지를 모으는 게임이요. 이 글에서는 왜 이런 구조를 선택했는지, 그리고 어떤 원칙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정리해봤습니다.

어떻게 동작하나요?
- 3,000보마다 동물 배지가 하나 열립니다. 어떤 동물이 나올지는 그날 걸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.
- 동물 일러스트는 전부 손으로 직접 그린 것입니다. AI 생성이 아닙니다.
- 매일 이어지는 스트릭과 함께 컬렉션이 자라납니다. 다만 놓쳐도 벌칙은 없습니다.

세 가지 고집
1. 손그림. 동물마다 온기가 있어야 컬렉션이 의미 있다고 믿습니다. 그래서 일러스트를 직접 그립니다.
2. 100% 온디바이스. GPS를 쓰지 않고, 계정도 필요 없고, 걸음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습니다. 만보기 앱에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.
3. 무압력 설계. 못 걸어도 동물이 사라지지 않고, 미루지도 않습니다. 재촉하는 알림 대신, 다음 동물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.
포인트가 쌓이는 앱테크 앱들은 보상이 끊기면 걷기도 같이 끊기더라고요. 저는 그 반대 방향, 즉 기대 자체가 걷는 이유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.
기술 이야기 (짧게)
SwiftUI로 만들었고, 걸음 수 측정은 전부 온디바이스 센서 기반입니다. 서버가 없어서 개인정보 처리가 단순하고 앱이 가볍습니다. 개인 개발자에게 잘 맞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.

앞으로
동물 종류를 계속 추가할 예정입니다(계절 한정 동물도 준비 중입니다). 그리고 30일 걷기 챌린지와 함께 컬렉션이 자라는 경험을 더 다듬으려고 합니다. 어떤 동물이 나오면 좋을까요? 사용자분들의 피드백이 정말 궁금합니다.